내포에서 살아간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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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사 올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아직 개발 안 됐잖아”, “차 없으면 힘들어” 그런 말들이 머릿속에 남았지만, 그래도 선택했다. 서울도, 홍성도 아닌 이 중간 지점. 뭔가를 버리고, 또 다른 뭔가를 얻는 일. 내포는 나에게 그런 선택지였다. 물론 처음엔 답답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직’ 없는 상태였던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 익숙해졌다

편의점이 멀고, 큰 병원이 없고, 택배가 하루 늦게 오는 거. 불편함이 곧 자연스러움이 됐다. 느리게 사는 게 뭐 대수냐는 마음도 생겼다. 대신 저녁 노을이 보이고, 아이들 뛰노는 공원이 생겼고, 토요일엔 작은 장터에서 농산물을 고르게 됐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여긴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고, 어쩌면 딱 내가 원했던 그 중간이라는 걸.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유치원 보내고 걸어서 집에 오는 길에 마주치는 게, 커피숍 간판이 아니라 동네 주민센터일 때, 뭔가 마음이 놓였다. 놀이터에 함께 앉은 부모들이 이름을 나누는 동네. 아무도 모르는 도시보다, 다 알고 지켜보는 동네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내포’는 단순한 주소가 아니라, 내가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됐다.

나만 아는 비밀 같은 공간

아직도 검색하면 잘 안 뜨는 장소들이 있다. 공터 하나, 벤치 하나, 뒷산 산책로. 근사한 카페는 없지만, 햇살 좋은 골목이 있다. 이름은 없지만 우리만 아는 공간. 그런 공간이 하나둘 생기면서, 나는 이 동네를 ‘내 동네’라 부르게 되었다.

앞으로 더 좋아질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더 개발됐으면 좋겠다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조용함도 언젠간 그리워질 것 같다. 이곳은 아직 진행형이다. 다 만들어지지 않은 도시, 그래서 내가 한 조각 더할 수 있는 마을. 내포는 완성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다. 나처럼 새로운 걸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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